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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스기사를 그만둔 이유

운전

by 날으는지렁이 2021. 1. 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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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시민의 발로써 나름의 자긍심을 갖고 일해왔다.

직업의 선택은 자유로울 수 없어도 일에 임하는 나의 태도는 내가 정할 수 있었기에 기왕 운전하는거 즐겁게, 승객들을 내 월급주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일하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버스기사로 일했던 기간동안 민원 한번 없었고, 문제가 될만한 사고도 없었다. 내 친절을 알아봐준 손님들께 감사인사나 작은선물을 받는것도 보람있는 일이었다.

버스일 자체가 사고없고 민원없고 하지말라는거 안하면 싫은소리 들을일없는 편한 일이고 급여도 먹고 살만큼 나온다.

근데 뭐가 불만이냐고? 일에 대한 내 프라이드와 회사의 대우사이에 괴리때문이었다. 잘하면 본전이고 실수하면 욕먹는건 이해한다. 9대1 피해사고에도(심지어 정차해 있었음) 질책을 듣는다면 할말이 없어진다.




10프로 잘못도 잘못이니 나도 인정하고 반성한다. 하지만 버스회사는 기본적으로 기사를 소모품 취급한다.
너 아니어도 할사람 많다 꼬우면 그만두라는 식이다.
성격안좋은 관리자를 만나면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을때도 있다.

근로자가 회사를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잊지않는 사장이 거나 경영학을 공부하고 몸소 실천하는 사장이 운영하는 회사라면 좀 낫겠지만 시내버스회사는 대개 이런식이다.

앞뒷차 관계도 한몫했다. 나는 늘 똑같이 운행하는데 내앞차가 되면 '너는 왜 빨리 안오냐'며 답답해하고 내뒷차가 되면 '왜 그렇게 빨리 가냐'며 화를 낸다.




내가 겪은 기사들은 대부분 인성이 훌륭하지 않았다.
비교적 젊을때 버스에 입문한 난 나이가 든다고해서 인간성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버스기사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인간은 나이들수록 고개가 빳빳해진다.

인성이 별로 좋지못한 내가 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을 많이 봤다. 기사들끼리 뒷담화,편가르기,모략과 술수가 난무했고 그들과 부대끼며 점점 동화 되어 가는 내가 싫었다.




버스회사,버스기사를 비하하고 일반화하려는건 아니다.
좋은회사, 좋은기사님들도 있다. 7대3정도일까.
내 경험일 뿐이고 그것이 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을 뿐이다.

운전으로 올라갈수있는 가장 좋은직업이 뭘까?
이리저리 알아보던중 운전직 공무원을 알게 되었고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최종합격하였다.




직업운전수로써, 좀더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었고, 내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이고 싶었다.
그런 의지가 나를 이직성공으로 이끌었다.

합격자 발표후 회사에 사표 던질때의 쾌감은 상상에 맡기겠다. 한동안 축하와 함께 어떻게 합격한거냐고 묻는 동료기사들의 전화에 시달렸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사람(평소엔 인사해도 쌩까던 것들이)에게 오는 전화는 다 손절했다.(나도 참 인성 빻은듯) 그렇게 난 그전에 다니던 버스회사에서 전설로 남았다.
공무원이 되면서 그만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현재는 공무원으로써 원하는만큼 대우받으며 공직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중이다. 월급은 많이 줄었지만 뭐 지출을 줄이면 되는거고 스스로 만족한다는게 중요한거라고 생각한다. 자긍심은 돈으로 살수없다.
운전직 공무원을 준비했던 과정은 나중에 포스팅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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