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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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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으는지렁이 2021. 4. 1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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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나와 애증의 관계이다.

인간은 망각의 축복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망각이 축복인 경우는 안 좋은 기억일 때뿐이다.

좋은 일,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 아름다운 추억 등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기억마저 망각한다면 

그것은 저주라 불러야 마땅하지 않은가?
때문에 사람들은 좋은 순간에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남기며 

기억을 보존하려 노력한다.

 


나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건망증이 심한 편이다.
어떤것에 집중하면 이전 상황은 이내 잊어버린다.
블랙박스를 달고 다녀야 되나 생각할 정도다.

술을 줄이고
담배를 끊고
일찍 잠들고
독서를 하고
견과류 먹고

기억에 좋다는걸 해보는 중이지만 별로 진전은 없다.
얼마 전에도 당근 마켓 중고거래하기로 해놓고

까맣게 잊어버렸다ㅡㅡ

자괴감이 몰려왔고 한심하다는 듯한 아내의 눈빛에 

내 기분은 상장폐지 공시가 뜬 회사 주식처럼 나락으로 떨어졌다.

 



병원 가서 상담이라도 받아보라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ㅠㅋㅋ

나의 건망증 역사는 오래되었다.

어릴 땐 변기커버를 닫고 큰일을 본 적이 있고
20대 땐 회식비가 든 지갑을 화장실에 두고 왔다.
(이후 총무 같은 건 안 한다..)

 

핸드폰을 놓고 와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한다.

'내 핸드폰 좀 찾아봐줘' 

'...전화는 뭘로 한 건데?'

'아..?'

 

했던 얘기, 들었던 얘기 잊는 건 예사다.


세탁기에서 양말을 꺼내 정리하면 항상 짝이 안 맞아서 

세탁기가 양말을 냠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든다.
글을 쓰면서도 머리가 이상해지는 거 같다ㅋㅋㅋ

답답함에 흔한 건망증 테스트를 해봤다.

 


딱 턱걸이다.
딸기나 많이 먹어봐야겠다ㅋㅋ큐